지난 글에서 통장 입금 합계와 장부 "현금및예금" 차변 합계를 맞춰보라고 썼다. 그 방법으로 한동안 잘 굴러갔는데, 어느 달 합계가 딱 맞는데도 장부가 틀려 있는 일을 겪었다. 그 얘기다.
무슨 일이 있었나
임대 물건 중 하나에 월세를 상습적으로 밀리는 임차인이 있었다. 월세는 세금계산서로 매달 발행하니까 홈택스에서 자동으로 끌려온다. 2단계(세금계산서 등록)에서 별 생각 없이 저장하면, 프로그램은 기본값으로 이렇게 분개한다.
(차) 현금및예금 1,000,000 (대) 임대수입 1,000,000
문제는 그 돈이 통장에 안 들어왔다는 것. 장부에는 현금이 100만 원 늘었는데 실제 통장은 그대로다.
그런데 그 달 대사를 해보니 입금 합계와 차변 합계가 맞았다. 왜냐하면 다른 입금 하나를 빼먹었기 때문이다. 다른 임차인이 보낸 관리비 정산 입금을 4단계(수동 등록)에서 놓쳤고, 그 금액이 우연히 비슷했다. 안 들어온 돈은 들어온 걸로 잡히고, 들어온 돈은 안 잡혔는데, 합계는 맞았다.
합계만 봤으면 그 달은 "이상 없음"으로 닫혔을 거다. 다음 달 잔액이 안 맞아서 거꾸로 추적하다가 발견했다.
왜 이런 일이 생기나
세금계산서 매출은 "발행"과 "입금"이 다른 사건이다. 발행은 홈택스가 알려주지만, 입금은 통장만 안다. 그런데 프로그램 기본값은 발행 = 입금으로 취급한다. 잘 걷히는 임차인만 있으면 이 가정이 맞아서 문제가 안 보인다. 한 명이라도 밀리기 시작하면 장부가 실제와 벌어진다.
어떻게 바꿨나
1. 미납 건은 상대계정을 현금이 아니라 매출채권으로
세금계산서를 등록할 때 그 달 입금이 안 된 건은 차변을 바꾼다.
(차) 매출채권 1,000,000 (대) 임대수입 1,000,000
수입은 발행 시점에 잡되(세법상 그게 맞다), 현금은 안 늘어난 걸로. 나중에 실제로 들어오면 그때 매출채권을 지운다.
(차) 현금및예금 1,000,000 (대) 매출채권 1,000,000
이렇게 하면 "누가 얼마 밀렸나"가 매출채권 잔액으로 장부에 남는다. 따로 엑셀로 미납 관리를 안 해도 된다.
2. 대사는 합계가 아니라 건별로
입금 합계 = 차변 합계는 1차 필터로만 쓴다. 통과해도 끝이 아니다. 그 뒤에 통장 입금 목록을 한 줄씩 보면서 "이 건이 장부에 있나"를 확인한다. 반대로 장부의 현금 차변 목록도 한 줄씩 "이게 통장에 있나"를 본다. 건수가 많지 않은 1인 법인이라 10분이면 된다.
핵심은 이 질문이다. "이 현금이 진짜 통장에 있나?" 합계는 이 질문에 답을 못 한다.
3. 매달 반복되는 상습 미납은 규칙으로
몇 달 연속 밀리는 임차인은 매달 판단하지 않고, 아예 "이 물건 세금계산서는 매출채권으로 등록"이라고 정해뒀다. 들어오면 그때 현금으로 옮긴다. 이걸 문서로 적어두니 다음 달에 또 헷갈리지 않는다.
배운 것
장부가 맞는다는 건 합계가 맞는다는 뜻이 아니라, 항목 하나하나가 실제 일어난 일과 같다는 뜻이다. 합계 검사는 빠르지만 상쇄를 못 잡는다. 검사를 두 겹으로 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달을 닫을 수 있게 됐다.
세무 판단은 세무사와 국세청이 최종이다. 이 글은 내가 내 장부를 어떻게 넣는지의 기록이지, 이렇게 하라는 안내가 아니다.